말머리를 항상 [승빈] 이라고 붙였던 유영욱 님이었다.
당시 [승빈] 이라는 말머리가 달린 글을 보면서 정말 배꼽 빠질 정도로 뒤집어지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
글을 읽고 사람이 이렇게 자지러지게 웃을 수도 있구나. 라고 느끼게 해준 사람이다.
암튼, 그 유영욱님이 따로 차리신 소모임이 저 평거회 였다.
안녕하세요? 승빈입니다.
?短短短短短短短短短短短短? 후루꾸 A/S 맨 ?短短短短短短短短短短短?
........Prolog
사무실내 최고령자. 컴맹. 최고보수. 칼퇴근. 여사원 꼬시기.
요즘시대에 가장 위험한 인물이다.
우리 아버지시다.-_-;
.......
요즘들어 아버지께서 늦게 퇴근하신다.
칼퇴근 하나정도는 개선하시려는 노력이 눈에 띌정도다.
당연 어머니는 저녁을 늦게 준비하시고 난 그동안 배고파
뒤진다. 쓰디쓴 담배만 빨며 아버지를 기다렸다.
늦게퇴근해 귀가하신 아버지와 함께 묵직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거의 마쳐갈무렵...
아버지 : 욱아. (묵직)
욱아 : 예?
아버지 : 밥 먹고 소화 되거든 아버지랑 회사좀 가자.
욱아 : 저 취직 된거예요?
아버지 : (차마 중지손가락을 들고 싶지만 참으시며)
사무실 컴퓨터가 이상하다. 프로그램이 실행이 갑자기 안돼.
욱아 : 무슨 프로그램인데요?
아버지 : 비밀이지.;;
욱아 : 고치고 싶긴 하죠?;;
아버지 : 아..그...뭘 조회하고 출력하는 프로그램인데...
욱아 : 예. 가서 보죠 뭐.
딴엔 옛날에 DOS계에서 알아주는 천재였는데다가 요즘 WINDOWS 95도
통달할 경지에 이르렀기에 누워서 잠자기정도로 생각했다.
현관문을 나서는 나를 어머니께서 안스럽게 쳐다보셨다.
내 손에 모든게 달려있다는듯한....
몇분사이 사무실에 도착을 했고 안엔 많은 직원이 아직도 퇴근을
하지 아니하고 있었다. 모두가 날 기다렸는것 같아보였다.
왠지 쑥스러웠다 후-_-;
얼굴을 붉힌채 머리를 씩씩 긁고 있는 날 뒷통수를 한대 때리시며
컴퓨터앞으로 날 데려가셨다. 대여섯의 직원들에 둘러싸인채 컴퓨
터 앞 의자에사부작히 앉았다. 아버지는 멀찌감치 떨어져 서 계셨다.
우선 전원을 켰다. S회사의 멘트가 뜨고 바로 부팅화면으로 넘어갔다.
그때까지만해도 자신만만해 있던 나였다. 불과 5초후....
화면엔 여지껏 보아왔던 STARTING MS-DOS나 STARTING WINDOWS 95 따윈
눈씻고도 찾아볼수 없었다. 현란한 영문들이 어지럽게 스크롤되어 내려
갔다. 중간중간에 알아볼수 있는 단어는 UNIX와 COBOL 이었다.
점점 내 인상은 경직되어갔다. 자신만만하게 키보드위에 올려놓았던
두손은 어느새 허벅지를 꼬집고 있었다. 꿈이겠지 하며...
긴장을 한껏 풀기 위해나마 말라서 쩍 붙어 있는 입술을 떼어 직원들이
들으라는듯이 "후...유닉스네" 라고 해봤다.
직원들의 동향을 은근슬쩍 살펴보니 아랑곳하지 않고 모두들 극도로
진지한 표정으로 나와 모니터를 번갈아가며 주시하고 있었다.
다시 눈을 돌려 모니터를 쳐다봤지만 왠지 이상하리만큼 여지껏 처음
보던 영어단어만이 모니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오금이 저렸다.
수분동안 하드를 읽으며 화면상에 현란한 영어단어들을 내보내 날
괴롭히던 엿같은 컴퓨터가 드디어 하드리딩을 멈추었다.
그리곤 여지껏 보아왔던 C:\> 같은 프롬프트 같은건 보이지도 않고
$ 이거였던가 * 였던가 하여간 저런거만 달랑 나오는것이 아닌가.
수초동안 멍하니 모니터만 쳐다봤다. 그사이에도 다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건 잊지 않았다. 잠시후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DIR" 을 쳐봤다.-_-;
이상한 에러메세지가 튀어 나왔다. 약 2줄의 영문 에러메세지가 내눈엔
"DIR? (피식) 씨알이나 먹힐줄 아냐? 난 유닉스야 좃밥아 크하하하"
로만 보였다.
하지만 둘러싼 직원들은 내가 현란한 명령어를 친걸로 알아주길바랬다.
역시나 직원들은 에러메세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날보며 안심
을 하는듯했다.
이제 고치는건 시간문제라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것 같았다.
울고 싶었다. 담배도 말리기 시작했다. 앞이 깜깜해졌다.
혹시나 싶어서 "HELP"도 쳐봤으나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 이런것도 생까였다. 혹시나 도스로 나가질까 싶어서 "/Q,/X..."
따위를 다 쳐봤지만 유닉스는 계속 비웃었다.
직원들이 차차 고개를 갸우뚱 거리기 시작했다.
안달이 난 나머지 "LOVE"를 쳐서 살살 달래볼까도 생각했지만
다 퇴근해버릴까봐 참았다.
그때 문이 덜컹 열리며 왠 문어가발을 쓴 아저씨가 들쑥 들어왔다.
직원들이 "안녕하세요 부장님" 이라고 하는걸봐서는 잡상인은 아닌
듯 싶었다. 그리고 가발이 아니고 진짜 얼굴이었다.
안가발 : 잘되가나 유과장
아버지 : 아..예. 뭐 하고 있는 중입니다.
안가발 : (모니터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자네 이거 잘하나?
나 : (모니터 가까이 들이밀어진 얼굴을 신기한듯 쳐다보며)
아..예. 뭐 그럭저럭요. 하하
안가발 : 이거 안되면 당장 업무가 진행이 안되니까 오늘안에 꼭
고쳐야 되네.
나 : 아..예....
아버지를 돌아다봤다.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시는건지
아니면 대견한듯이 쳐다보시는건지 모를정도로 묘한 표정을 지
으시며 날 쳐다보고 계셨다.
화면은 내가 친 후루꾸 명령어로 인해 온통 에러메세지로 도배가
되어있었지만 아무도 에러메세지인줄 알지 못하는듯했다.
다만 나의 현란한 작업중으로만 알고 있는듯 했다.
이제 도스명령어도 거의 다 쳐서 더이상 키보드로 누를 껀덕지조차
없었다.
그렇게 수십분이 흘러갔다. 날 바짝 가까이 둘러싸고 있던 직원들도
어느듯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고 멀찌감치 떨어져계시던 아버지께서
어느새 내 옆에 와 계셨다.
아버지 : 이게 초고급 프로그램이고 회사 기밀프로그램이라서 한번
에러나면 고치기가 좀 처럼 쉽지 않다고 하더라구.
나 : ......
아버지 : 그리고 말이지 이게 (주저리주저리)
아버지께선 눈치를 채셨나보다. 어느새 내 옆에 오셔서 일을 어떻게든
무마시키기 위해 안되는 말도 중간중간에 섞어 넣으며 노력을 하고계셨다.
면목이 없었고 무기력한 내가 싫었고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순간이었다.
숙여져 밑을 향한 내 눈엔 불끈 쥐어진 내 두주먹이 보였다.
지금 계속 날 위해 이런저런 이론들을 늘어 놓으시는 아버지를 위해서
죽어도 꼭 해내고 싶었다. 어느새 불신의 눈빛으로 나와 아버지를 쳐다
보는 직원과 부장을 봐서라도 죽는한이 있더라도 꼭 해내고 싶었다.
보란듯이 엎어놓고 싶었다.
"꾹!"
그래서 누른게 리셋버턴이었다.-_-;
처음부터 차근차근 보기로 생각하고 다시 시작했다.
역시나 유닉스가 피식거리며 "너 이거 알아? 처음보지 새꺄?" 라며
복잡한 영어단어들을 화면에 메우기 시작했고 난 다시금 리셋버턴을
눌러 화면을 지우고 그 작업(-_-;)을 계속 반복했다.
어떻게든 도스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을꺼란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디스켓으로 부팅해보려는 프로젝트는 사무실내에 있는 컴퓨터는
모조리 유닉스였기에 포기할수 밖에 없었다.)
이제 사무실내엔 날 믿고 모니터를 진지하게 쳐다봐주는 사람은...
옆에서 아까와는 달리 허리마저 숙이고 모니터를 가까이 쳐다보고있는
아버지뿐이었다..
그렇게 수차례 리부팅을 하던 어느타이밍.
BOOT : 라는 문구에서왜 엔터만 쳤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불현듯
천재의 머리속엔 맴돌았고 아까전에 비밀리에 쳤던 "DIR"을 비롯 쪽
팔리는 명령어들이 먹히지 않았지만 이번엔 내 추리가 맞을지 모른다
는 좋은 느낌이 들엇다.
BOOT : 라는 문구가 나오자 난 망설이지 않고 "DOS"를 쳐봤다.
"두두두둥!"
크하하하 화면이 싸그리 지워지더니 STARTING MS-DOS 라는 문구가
뜨는것이 아닌가! 도스로 들어갔다고 기뻐하면 일을 반틈 이루어놓고
떠벌리는 꼴밖에 되지 않을것 같아서 조용히 침묵을 지키며 C:\>가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드디어 C:\>가 나왔다. 저녀석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었다.
"리하이" 한번 해주고 바로 아까 그렇게도 염원했었던 "DIR"
을 쳤다. BACKUP 이라는 디렉토리가 나왔고 동대구역의 디렉토리에
복사를 했다.
OVERWRITE ? 라는 문구가 쇄도했고 난 기쁜마음을 억누르며 "ALL YES"
를 눌렀다.
다시 재부팅!
"두두두둥!"
이제 현란하지 않았다. 영어단어들? 피식 가볍게 눈길 피해주고
쌓아두었던 숨을 한꺼번에 내몰아 쉬었다.
동시에 프로그램이 화면 가득이 예쁘장하게 떴다.
아버지는 속마음을 들어내며 크게 내색하지 않으시며 그냥 내 등을
한번 세게 퍽(-_-;) 치셨다.
"오늘은 좀 늦게 고치는구나" 라는 말을 빼놓지 않으시며-_-;
아까부터 사과를 깍아먹던 부장과 멀어져있던 직원들이 모두 몰려와
화면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사실 DOS 하면 DIR을 비롯 몇개밖에 모르고 WINDOWS 해봤자 게임밖에
할줄 모르던 나로써는 실로 엄청난 업적이었다.
아버지를 위해 죽어도 해내고 싶었던 내 오기와 악의 두주먹이 이제서야
휘네가 풀려 느슨해졌다.
찬사를 받으며 사무실을 퇴장하려는 순간!
"잠깐!"
"음?"
"자료가 하나도 없다..."
"음?-_-;"
오버라이트 하면서 기존에 있던 데이타 파일마저 덮어씌워져 모두
새파일로 바껴져버린모양이다.
"뭐가 큰일이야. 오늘 다들 나랑 같이 야근해서 입력해넣어."
아버지셨다.
아버지께서 나가는 날 밖까지 마중나오셨다.
승빈 : 안태워줘요?/_\
아버지 : 바쁘잖아 임마. 어머니한텐 오늘 못들어간다고 전하고
운동할겸 사부작사부작 걸어가
승빈 ; 다방에서 작업안하실꺼죠?
아버지 : 자...임마
승빈 : 크하하하
이정도 A/S 면 만원이라도 너무 싼거 아닙니까? 크하-_-;
......Epilog
그렇지만 묵묵히 걸으시는 분도 우리 아버지셨다.
.....
승빈이었습니다.